Title.12월 26일 크리스마스 후
24일과 25일은 누구 말대로 요양 기간 같았다. 먹고 쉬고 먹고 수다 떨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 그렇게 끝도 없이 잠이 올 줄이야. 나중엔 먹기 위해 잠시 일어났다가 다시 눕고 일어나면 포근한 바닥이 그리워서 등대고 또 눕고, 연속이었다. 팬텀 오브 더 룸-_-으로 화할 뻔 했으나 다행히 정신 잃기 전에 집으로 복귀. 그러나 오는 차안에서 멀미로 고생하다가 집에 오자마자 침대로 다시 쓰러져서 4시부터 잤다. 일어나 보니 새벽 2시.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냉파스타를 시작으로, 단호박찜, 아이스크림이랑 사과조림 얹은 시나몬토스트, 월남쌈, 타르트, 자다가 얼결에 정신없이 먹은 올리브와 감자튀김, 아침메뉴인 두부김치와 구운 가래떡, 홍합죽, 모과차로 끝. 화려한 크리스마스 이브와 아침을 보냈으니 오후는 잠으로 보냈어도 괜찮다.

오늘은 아직 영웅이 남아있고 친구들과 점심 약속도 있으니 하루가 한참 남았구나. 영웅도 이제 세 번 남았다. 오늘이 지나면 하루, 두 번. 보내고 나면 허전할까, 아닐까. 끝나고 난 뒤의 후유증이 제일 컸던 작품은 스위니 토드였고, 중간에 다시 한 번 봐서 그런지 캐릭터에 대한 여운이나 더 보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길게 가고 있는 건 쓰릴미. 이블데드는 친구랑 헤어지는 것처럼 아쉽고 짠했고, 라만차는 ... 작품이 날 너무 힘들게 해서 좀 더 있다 보고 싶었는데 또 보게 생겨서 괴롭고. 지킬은 영웅이랑 비슷하다. 작품은 취향과 거리가 멀지만 아저씨라면. 영웅도 끝나 보면 알겠지. 다음 작품이 너무 빨라서 소화할 시간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라만차 다음은 제발 신작이기를. 새로운 이야기의 새로운 작품이기를. 하지만 이미 결정은 다 나 있을 테고 내가 언제 아느냐만 남아 있는 거겠지.

잠깐 베란다 나가봤더니 밖이 추운 것 같다. 기온은 일기예보대로 정확히 확 떨어졌고, 밤에 눈이 왔던 길은 얼어나 안 얼었나 모르겠네. 나가기가 또 귀찮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과 공연에 치이느라; 친구들한테 버림받을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서 가서 인간관계 회복을;; 친하고 편한 사람들이라고 소홀해지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 다들 생각은 없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하나 둘씩 결혼하거나 일로 바빠져서 만나기는 더 힘들지 않을까 ... 벌써 이미 그렇게 되어가는걸.
by greenhill | 2009/12/26 12:18 | 10시 13분 | 트랙백 | 덧글(1)
Title.12월 23일 뮤지컬 '영웅'
류정한 / 이희정 / 이상은 / 소냐. 8시, LG아트센터.

공연 막바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이전 공연들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막바지가 되면 어느 순간 캐릭터가 기본 노선은 유지하면서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변한다. 그러면서 일정하게 유지되던 대사톤도 함께 조금씩 달라지고. 지난 17일 공연을 봤을 때도 안중근이 유난히 젊어졌다 싶었는데, 어제는 깜짝 놀랐다. 1막에서의 방황과 불안정함은 '영웅'을 기점으로 걷히고 그 나이의 혈기를 바탕으로 어떤 일도 마다않고 덤벼들 수 있는 청년으로 안착했다. 젊지만 미숙하고, 용기 있지만 무모하다. 딱 그만큼의 느낌이었고, 어느 때보다도 빛이 났다. 

_ 추격 장면마다 집중했다. 이제 몇 번 볼 수 없으니 한 명 한 명 다 기억해야지.

_ 안중근과 링링 사이가 언제 저만큼 아슬아슬해졌나. 

_ '누가 죄인인가'는 언제나 좋지만, 분노가 한층 강해진 안중근 때문에 더 좋았다. 사소한 동작, 목소리, 호통하듯 선언하듯 이토의 죄목을 읊다가도 모든 사람들에게로 향한 호소로 한 순간에 바뀌는 감정. 가장 좋은 것은 물론 표정. 이것 때문에 앞자리를 떠나지 못하겠다.

_ 이토의 전쟁론에 약간의 허탈함이 보이는 표정도 너무 좋았다. 그 표정 끝에 어떻게 해야 저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얼굴이 잠깐 스쳤다.

- 장부가. 차갑고 맑고 서글펐다. 이날따라 치바까지. (치바는 늘 좋았지만 요즘 점점 더 좋아진다.)

_ 이상은 씨의 설희는 좋다 아니다를 떠나 그냥 꽃 같았다.  
by greenhill | 2009/12/24 17:34 | 류정한, 공연 | 트랙백 | 덧글(0)
Title.2009년 공연 관람 정리
1월: 연극 뷰티풀 선데이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8회, 라스트파이브이어즈
2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5회
3월: 뮤지컬 주유소습격사건, 지킬앤하이드(대전), 자나돈트 3회, 기발한 자살 여행 / 
      콘서트 언니네이발관_봄의팝송
4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대구) / 콘서트 엠마 커크비&런던바로크
5월: 연극 페르귄트 / 콘서트 언니네이발관_산들산들, 김태우콘서트
6월: 뮤지컬 삼총사, 마이스케어리걸 / 콘서트 디토_러브송즈
7월: 연극 누가 대한민국의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 뮤지컬 로미오와줄리엣
8월: 콘서트 언니네이발관_서울숲공연 / 뮤지컬 스프링어웨이크닝 / 연극 나쁜자석
9월: 콘서트 프리저베이션홀 재즈밴드 / 뮤지컬 렌트
10월: 암흑-_-
11월: 뮤지컬 영웅 10회, 어쌔신 / 콘서트 언니네이발관_음주월요병, 김선영 데뷔10주년콘서트
12월: 뮤지컬 영웅 10회, 퀴즈쇼 / 콘서트 신승훈, 김태우, 언니네이발관

기타: 뮤지컬 해븐 창작 프로세스 강연, 안중근 낭독회

뮤지컬 46회 (14개) / 연극 4회 / 콘서트 12회 = 총 62회 공연 관람
뮤지컬 영웅 20회, 지킬앤하이드 15회(2008년 공연 제외), 자나돈트 3회
콘서트 언니네이발관 5회, 김태우 2회


정리: 팬질 하다 끝난 2009년.
by greenhill | 2009/12/23 14:31 | 류정한, 공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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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도 용서도 모두 다
by green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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